중산층 상속세 개편 논의: 공시가 현실화와 유산취득세 전환의 파장
공시지가 급등과 주택 가격 상승으로 중산층 1주택 가구까지 상속세 대상에 포함되면서 26년 만의 세법 개편 논의가 본격화되었습니다. 자녀공제 확대, 최고세율 인하, 유산취득세 전환이 부동산 및 자본시장에 미칠 구조적 변화를 분석합니다.

1. 26년 만에 시험대에 오른 상속세 과표 체계
대한민국의 상속세율과 공제 기준은 2000년 세법 개정 이후 20년 넘게 본질적인 과세표준 개편 없이 유지되어 왔습니다. 그러나 지난 10여 년간 수도권 주택 가격이 급등하고 부동산 공시가격 현실화율이 가파르게 상승하면서 과거 초고액 자산가에게만 적용되던 상속세가 중산층 1주택 가구에까지 실질적 부담으로 전이되는 현상이 심화되었습니다.
국세청 통계에 따르면 2020년 1만 181명이었던 상속세 과세 대상 피상속인 수는 2024년 1만 9,944명으로 두 배 가까이 급증했습니다.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이 12억 원을 웃도는 상황에서, 일괄공제 5억 원과 배우자 공제 최소 5억 원을 합산한 10억 원 기본 공제 한도는 중산층 가구가 사망 시 거주 주택 한 채만 보유하더라도 상속세 과세 대상에 포함되게 만드는 구조적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습니다.
2. 현행 유산세 방식과 유산취득세 개편안 비교
현재 논의 중인 세제 개편의 핵심축은 크게 세 가지로 분류됩니다: 자녀공제액 현실화, 최고세율 인하 및 과표 구간 조정, 그리고 유산세에서 유산취득세(Estate Acquisition Tax) 체제로의 전환입니다.
- 자녀공제 확대 및 일괄공제 재설계: 현행 1인당 5,000만 원인 자녀공제 한도를 5억 원 수준으로 상향하거나 일괄공제 한도를 현행 5억 원에서 10억 원으로 상향 조정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논의되고 있습니다. 이는 다자녀 가구의 상속세 부담을 대폭 경감시키는 효과를 냅니다.
- 과표 구간 및 최고세율 조정: 현행 5단계 누진세율(최저 10%~최고 50%, 최대주주 할증 시 60%) 중 최고세율을 40%로 하향 조정하고, 최저세율(10%) 적용 과표 구간을 1억 원 이하에서 2억 원 이하로 상향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습니다.
- 유산취득세 전환: 피상속인의 총 유산 전체에 누진세율을 매긴 뒤 상속인들이 나눠 내는 현행 '유산세' 방식과 달리, 각 상속인이 실제로 물려받는 재산 가액을 기준으로 과세하는 방식입니다. 상속인이 여럿일 경우 과세표준이 분할되어 적용 세율 구간이 낮아지는 세부담 경감 효과가 발생합니다.
3. 자산 시장 및 가계 유동성에 미치는 영향
상속세 부담은 단순히 세수 문제를 넘어 부동산 시장과 자본시장의 유동성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부동산 비중이 가계 자산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국내 자산 구조 특성상, 현금 유동성이 부족한 상속인들은 수억 원에 달하는 상속세를 납부하기 위해 급매물로 부동산을 처분하거나 연부연납 제도를 이용해 장기 대출 이자 부담을 떠안아야 했습니다.
부동산 급매물 압박 완화
기본 공제액이 현실화되고 유산취득세가 도입될 경우, 수도권 1주택 보유 가구의 상속 시 세 부담으로 인한 '비자발적 급매' 매물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는 지역별 시세 왜곡을 방지하고 주택 시장의 하방 변동성을 억제하는 완충재 역할을 합니다.
배당주 및 자본시장 밸류업 연계
과도한 상속세율은 상장 기업 대주주의 주가 상승 유인을 억누르는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핵심 요인 중 하나로 지적되어 왔습니다. 상속세율 완화와 할증 폐지 논의는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과 맞물려 배당 성향 확대 및 지배구조 개선의 선순환을 유도하는 제도적 유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큽니다.
4. 세수 결손 우려와 입법 절차의 쟁점
세제 개편안이 현실화되기 위해서는 국회의 입법 합의와 재정 건전성 확보라는 과제를 통과해야 합니다. 기획재정부 추산에 따르면 상속세 최고세율 인하와 공제 확대가 전면 적용될 경우 연간 2조 원에서 4조 원 안팎의 국세 수입 감소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이에 따라 '부자 감세' 논란을 방지하기 위해 중산층 1주택 실수요 가구에 대한 공제 혜택은 우선 확대하되, 초고액 자산가에 대한 최고세율 인하는 단계적으로 추진하거나 자본이득세 도입과 병행해야 한다는 절충안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습니다. 2026년 정기국회 세법 심의 과정에서 중산층 세부담 정상화와 세수 기반 유지 간의 균형점이 어디에서 형성될지가 자산 시장의 핵심 변수로 작용할 전망입니다.